작가 소개 - 이재은 동인
1977년 서울 출생.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2015년 중앙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비 인터뷰」 외 5편으로 2019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했다.
출판사 서평
어긋남과 실패의 과정이 기록되는 순간 탄생하는 이야기들
새로운 발화법과 진지한 사유를 보여주는 이재은 소설가의 첫 소설집
2015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2019년 심훈문학상을 받은 이재은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새로운 발화법과 진지한 사유, 작가로서의 균형감각을 두루 갖춘 신인”(소설가 성석제, 정미경)이라는 평을 받은 등단작 「비 인터뷰」를 비롯해 모두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들 작품 속 인물들은 자주 좌절한다. 욕망하는 것을 이루는 것뿐만 아니라 욕망하는 것을 발화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세계와 불화하고 나 자신과도 불화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우리의 삶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실패와 엇갈림을 아이러니의 형식으로 끌어안는”(정홍수 문학평론가) 이 소설들은 섣부른 위로나 위안을 주려고 애쓰는 대신 인물들의 이야기를 세세히 들여다보는 일에 더 집중하여 독자들에게도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 것을 청한다.
“비라고 부르세요. 올해까지만요.” “내년에는?” “아닐 수도 있고요.”
잠정적으로만 진실인 말들 속에서
「팔로우」에 등장하는 ‘트위터리안’들은 저마다의 속마음을 익명의 힘을 빌어 토로한다. 그들에게 ‘진술 기회’를 준 사람은 조연 배우 ‘우치’다.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편성된 라이브 방송에서 ‘우치’는 벽난로 앞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누구나 쉽게 자신의 목소리를 발화할 수 있는 시대에, 막상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존재를 찾기란 쉽지 않다는 듯 사람들은 라이브 방송 너머의 침묵하는 ‘우치’를 향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팔로우」의 인물들뿐 아니라 특이한 조어법으로 자신만의 언어를 발명한 소년 ‘비’(「비 인터뷰」), 헤드폰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기울이라는 의미로 호루라기를 불어대는 ‘춘기 씨’와 그런 ‘춘기 씨’를 구해준 것을 계기로 대화를 시작하게 된 취업준비생 ‘한철’(「헤드폰」), 자신의 마음이 다 나타나 있을 사진을 열심히 찍으러 다니는 경비원 ‘송 씨’(「가까운 그리고 시끄러운」)는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간절히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바람들은 가까스로 연결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자주 어긋나고 좌절되고 만다. 많은 말들이 오가지만 제대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고자 파업에 나선 통신 노동자의 말은 직면한 생계 앞에서는 흔들리고, 하고 싶은 말을 써서 내건 현수막도 부분부분 찢겨져 의미를 잃고 만다(「비 인터뷰). 이성애자인 ‘술희’를 그리워하는 동성애자인 ‘나’와(「완벽한 날들」) “단점을 장점이라고 우겨도 좋”으니 제발 자신의 좋은 점 한 가지만 말해보라고 연인인 ‘나’를 닦달하는 ‘이룩’은(「인턴」) 결국 응답을 받지 못한다.
“저 독백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내가 저 외로움을 중단시켜야 하는 건 아닐까.”
바깥의 소리, 타자의 소리를 듣는 일
소설 「인턴」에서 이별의 과정을 겪은 ‘나’와 ‘이룩’의 이야기는 「눈꽃엔딩」으로 이어진다. 우연히 재회하여 우여곡절을 겪은 뒤 함께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이룩’은 택시 기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물론 그 말들은 청자로 상정된 택시 기사에게는 승객의 하소연일 뿐 별다른 의미가 없고, ‘나’에게 도착할 때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말들을 고스란히 다 들으면서도 ‘이룩’에게 대답을 되돌려줄 기회는 얻지 못해 까마귀 같은 울음을 토할 뿐이다.
상담자의 이야기를 듣는 위치에 있는 상담사인 ‘나’는 “손발짓의 이해와 공감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위안이 된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되도록 상담자의 이야기를 듣기만 한다(「기억전쟁」). 상담자의 사연이 더해질수록 ‘나’의 슬픔도 계속 발견된다. 그에게도 삶의 고충은 존재하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필요하지만 가까운 사람에게도 이해를 받지 못해 매일 술을 마시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고, 술 냄새를 가리고자 향수를 뿌려댄다. 그것은 단지 술 냄새가 휘발되어 날아갈 때까지 일시적으로 가리는 역할을 할 뿐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은 없다.
이처럼 소설들은 계속 실패의 장면들을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작가는 그 실패들을 기록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는 일인 동시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일이기도 하다. 『비 인터뷰』의 소설들은 내 밖의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내 안의 모습을 발견하는 일과도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추천사
정홍수 (문학평론가)
이재은의 소설적 상상력은 두 사람의 이상한 우정이 시작되는 순간을 그들 사이의 알지 못할 맥락 안에 놓아두는데, 이 개방과 관대가 이재은이 소설에서 인물을 맞아들이는 자세이고 태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는 이들 두 사람 모두 공인된 사회적 소통의 회로 바깥에서 자신들의 진실과 언어를 구하는 존재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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