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 이재은 동인
2015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제23회 심훈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소설집으로 『비 인터뷰』가 있다.
작가의 말
여기 실린 짧은소설이 모두 최근에 쓴 소설만은 아니어서 예전 마음들이 가득 들어 있다.
여행하던 때, 서울 살던 때, 사랑했던 때…….
너라고도 쓰고 당신이라고도 쓰고 여자라고도 부른 사람들이 전부 나인 걸 들킬까 봐 두렵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감정을 알아주는 독자가 있다면 반갑겠지.
카프카는 “나는 그 책을 읽기 위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책에 내 몸을 의지하기 위해서 읽는다.”고 했다.
내 문장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
가장 먼저 작품을 읽고 좋은 질문과 글을 남겨 준 이병국 평론가와 책을 출간해 준 도서출판 걷는사람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2021년 가을
이재은
출판사 서평
고독을 방관하는 세상은 불평등하다!
짧은 템포와 경쾌한 펀치로 그려낸 디스토피아 대한민국
2015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해 2019년 심훈문학상을 받은 이재은의 두 번째 소설집 『1인가구 특별동거법』(걷는사람)이 출간되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재은은 현대 사회가 야기하는 인간 보편의 문제들(생계, 결핍, 고독)에 심도 있게 접근하면서 짧은소설이 가진 특유의 속도감, 실험성, 자유로움을 십분 발휘한다.
표제작 「1인가구 특별동거법」에서는 주택 대란을 잠재우겠다는 목적으로 1인가구에게 강제로 동거인을 들이게 하는 ‘1인가구 특별동거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진 작중 화자(‘여자’)가 동거인을 맞기 위해 면접을 하는 상황이 그려진다. ‘여자’와 동거인으로 들어가기 원하는 ‘이다’ 씨 두 사람 모두 지속된 실패로 삶을 저당잡힌 존재들이지만 둘은 서서히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고, ‘여자’는 결국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면 된다고, 그게 삶이라고 믿었던 시간을 잊”는다. 그리고 “고독을 받아들이라는 시대의 강요가 얼마나 불평등한 것이었는지 깨”달으면서 “어쩌면 다른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자문하게 된다. 그 이외에도 작은 책방에서 일한 작가의 실제 경험담을 살려서 쓴 「나비 날다」는 죽은 고양이가 책을 읽어 주는 로봇 고양이로 환생한다는 작가만의 독특한 SF적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이다. 작은 서점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의 화자는 고양이다.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작은 서점의 미래 풍경들은 더욱 생동감 있고 재치 있게 전개된다. 로봇캣을 소재로 미래의 고독감을 선명하게 그려낸 「나비 날다」는 현대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2019년 심훈문학상을 받을 당시 이재은은 “멈출 때를 아는 섬세한 문장의 호흡, 말해지지 않은 서사의 여백을 남기는 데에서도 참신성이 돋보”인다(소설가 방현석·은희경, 문학평론가 정홍수)는 평을 받았다. 그런 그의 재능은 이번 소설집에서도 돋보인다.
이재은은 인터뷰어로서의 정체성을 다루면서 작가의 삶을 그려내는 일군의 작품들(「뷔우」 「무명의 일」 「온라인 수업」 「세상의 끝에서 온 노래」 「나비 날다」)과 고단한 삶의 편린을 재현하는 작품들(「서울은 처음이지?」 「1인가구 특별동거법」 「코로나, 봄, 일시정지」 「나무들」 「어젯밤에」 「공기받기」), 그리고 데칼코마니처럼 교차하는 인물들을 통해 초월적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작품들(「여행자-구도에게」 「설탕밭」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두 남자를 만나야 한다」)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이 작품들은 그 배면에 공통된 주제의식을 서로 교차하고 있기도 한다. 그리고 이재은은 섬세하고도 끈질긴 탐색 끝에 타인에게 풍경으로 존재하는, 즉 “주목받지 못하고 은폐된 이들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이병국 문학평론가)를 소설로 발현해낸다.
이재은은 현대인의 삶과 노동, 고독과 방황을 짧은 템포와 경쾌한 펀치로 그려내면서 다른 듯 닮아 있는 우리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그리하여 “우리는 불완전했다. 그리고 닮았다. 함께 있으면 타락한 도플갱어 같았다.”라는 문장은 깊은 우물에 던진 돌멩이처럼 파장을 남기며 우리의 가슴께로 날아온다.
이재은 작가는 자기 삶의 주제가 곧 ‘살아내기’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살아냄에는 또 ‘따듯하게,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라는 단서가 붙는다. 이 세상은 비록 “이력서에 점수를 매기는 곳”(「서울은 처음이지?」)이지만 그는 적어도 ‘무명(無名)’의 존재를 호명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들어 주는 마음’을 지닌 이야기 수집자로서 살아가고자 한다.
도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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